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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10 요리조리

2014. 3. 10. 00:04 일기/2014년

요리조리

나는 요리를 좋아하는데, (물론 먹는 걸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가공되지 않은 상태의 식재료를 직접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엄밀하게 말하면 직접 재배하지 않고 유통 과정을 거쳐 얻은 식재료 자체도 가공된 것이라 말할 수 있지만.. 헐랭한 의미에서, 가공 식품이나 완성된 요리와 구분되는 비교적 날 것의 상태인 '식재료'를 말한다.)

식재료를 다룸으로써 얻는 즐거움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그래도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연대감을 찾는 것이다.

먼저 가공 식품의 조리나 사먹는 음식은 완성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이때 나는 그저 최종 소비자로서 기능할 뿐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요리를 하게 되면 최종 생산물의 생산자가 되는 소박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을 내가 직접 조리하는 것은 '소외'에서 벗어나는 일인 것이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내 취향대로 음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에 만드는 즐거움이 더해 배가 된다. 결과물이 맛있다면 두말할 것도 없고!

또한 나에게 식재료들은 자연과의 연결고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도시 생활을 하는 나의 일상을 돌아보면 정말로 소위 '자연'과는 동떨어져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아스팔트가 깔린 길을 걷고, 시멘트가 칠해진 건물 속에서 공부하고, 공장에서 조립된 전자 기기를 종일 손에 쥐고 있다. 하지만 흙이 아직 묻어 있는 양파라던가 다시용 멸치의 짠내는 내게 자연을 잊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것들이다. 도시에서만 살아온 편협한 삶이지만, 이런 작은 것들로 나는 더 넓은 자연을 상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Posted by 바냐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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