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1. 7. 15:41 예술/미드 영드
No. Because I took your pulse.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장면이다.
셜록이 사랑을 단순한 화학작용으로 바꾸어 놓는 암울한 장면이지만, 참으로 완성도 높은 장면이기에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너무도 '아름다운' 장면이다.
특히 배경음악과의 조화는 완벽하기 그지없다. "Irene's Theme" 맥박이 뛰는 소리를 연상케 하는 음악에 이어지는 "Because I took your pulse". "elevated"라는 말과 함께 선율은 절정에 오른다.
코멘터리에 따르면, 원래 이 장면에서 셜록이 아이린 손목을 잡는 거랑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대본에 없었다고 한다. 즉 베네딕트의 애드립. 이 장면에서 다른 행동을 하는 셜록은 상상할 수가 없다. 역시 베니!
그리고 셜록이 S.H.E.R. 한 글자 한 글자 입력하는 순간 효과음은 셜록의 승리를 더욱 확신시켜준다. 한 걸음 한 걸음 발로 밟아 나가는 것이 아니라 한 글자 한 글자 손가락으로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얻는 승리. 펜이 칼보다 강한게 아니라 자판이 말보다 강하다(?).
나중에 다시 앞에 장면 돌려보니 셜록이 아이린의 손목을 잡고 놓는 순간 '두근'하는 효과음이 들어가 있었다. 이런 깨알같은ㅋㅋ
비밀번호가 "I AM SHERLOCKED"이었다는 사실, 셜록이 그 짧은 순간에 맥박을 재고 동공을 관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장면이지만, 음악이나 연기 등의 미묘한 요소들이 정말 한편의 예술이다.
I AM SHERLOCKED
비밀 번호를 설정할 때면 누구든지 고민하기 마련이다. 특별하면서도 아무나 맞출 수 없고 절대 잊을 수 없는 번호. 휴대폰은 아이린 애들러의 생명이니 지극한 비밀스런 번호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녀가 설정한 번호가 얼마나 은밀한 번호냐 하면, 먼저 휴대폰이 들어있던 금고의 번호가 그녀의 신체 치수이다. 홀딱 벗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든 "은밀한" 숫자인 것이다. 휴대폰의 비밀 번호는 그녀의 마음을 반영한다. 몸에 비해서 마음은 더욱 철저히 감추어져 있다. 그녀 자신조차에게도 숨겨놨을 정도이다. SHERLOCKED라니.. 상상도 못했다.
I took your pulse
셜록이 아이린과 마주하고 앉아 손목을 잡는 장면은 섹슈얼리티가 아주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셜록 전체 에피소드를 통틀어서도 가장. 하지만 나중에 밝혀진 사실은 섹슈얼리티는 커녕 관찰하고 또 관찰하는 셜록이란 인물의 연장선일 뿐이었다.
결국 인간의 감정에 무지한 셜록에게 사랑은 단순한 화학작용에 불과했다. 이 장면은 얼마나 셜록이 철저하게 감정을 배제하고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셜록이 감정에 대해서 조금씩 학습해나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시즌 1에서의 셜록과 시즌 2에서의 그를 나란히 놓고 본다면 셜록이 겪은 변화는 정말 기적에 가깝다. 201은 셜록에게 있어서 확실한 변곡점이다.
'벨그라비아 스캔들'은 연출이 예술적인 장면이 많아서 자꾸 돌려보게 된다 :) 이제까지 셜록 에피소드 통틀어서 가장 완성도가 높은 편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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