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28. 13:58 글과 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히가시노 케이고(201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현대문학
연구회 송년회에서 책 교환하는 이벤트를 했는데, 이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송년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펴 들었는데, 그 길로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 다 읽고 나서야 책을 덮을 수 있었다ㅎㅎ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울 뻔 하기도 했고 끝나고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최근 계속 베스트셀러인 책이여서 궁금했던 차였는데, 이렇게 읽고 나니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작가가 추리 소설을 꾸준히 써와서 그런지 이야기가 척척 맞아 떨어져 나갔는데, 이것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단지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미야' 아저씨다. 아이들의 말장난에서 시작된 '나야미(悩み)' 상담이지만, 어떤 장난스러운 고민도 무시하는 법이 없다. 진정한 '어른'이란 이런 분이 아닐까. 예를 들어 '공부 안하고 100점 받는 방법은 없나요?'와 같은 어린애 장난도, 진지하고 재치있게 답을 해준다. 보통 이런 질문을 하면 대개 돌아오는 대답은 '노력도 안하고 100점 받으려 하면 안 되지', '공부나 해'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나미야 아저씨는 이 실없는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놓는다. "선생님에게 너에 대한 것으로 시험을 보자고 해. 너에 대한 거니까 네가 쓰는 게 다 정답이야." 놀라운 대답이다. 아이의 한 마디를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잔소리나 훈계, 꾸중을 하지 않으면서 기발한 답을 한 것이다. 결국 이 질문을 했던 아이는 이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했고, 이때의 경험을 살려 훌륭한 교사가 되었다.
요즘 사회에서는 '어른'을 만나기가 힘들다. 청년들이 고민 상담을 하면 돌아오는 것은 '아프니까 청춘이지', '노력부터 하고 말해'와 같은 대답이다. 최근 여당 모 대표의 '나쁜 알바도 좋은 경험이다'라는 발언도 이와 다를 것 없다.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 상담을 했던 사람들이 그랬듯, 사실 사람들은 나미야 잡화점에 '답'을 찾기 위해 들른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솔직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고민을 상담을 받는 사람도, 상담하는 사람도 그 과정에서 서로 치유받고 성장한다. 진심으로 서로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설픈 위로나 훈계는 화만 돋굴 뿐이다.
지도에서 자신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 헤매는 사람도, 아예 지도가 백지인 사람도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나미야 잡화점 님께, 저도 아저씨와 같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