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과 말'에 해당되는 글 23건

  1. 2016.03.30 분노와 열정없이
  2. 2015.08.15 달과 6펜스
  3. 2014.12.28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4. 2014.12.23 이차돈 이름 표기
  5. 2014.10.19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6. 2014.08.25 불타 석가모니
  7. 2014.04.23 글귀 메모
  8. 2013.10.20 성경 구절 하나
  9. 2013.10.16 법륜스님 강의 中
  10. 2013.08.30 안나 카레리나

2016. 3. 30. 21:39 글과 말

분노와 열정없이

Sine ira et studio 분노와 열정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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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냐쏜

2015. 8. 15. 13:47 글과 말

달과 6펜스

"달과 6펜스"를 다 읽었다.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가난한 화가로 살아간 스트릭트랜드의 정열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6펜스'의 세계를 벗어던지고 '달'의 세계를 살다간 한 천재 화가의 이야기. 작가 서머싯 몸이 폴 고갱의 삶을 모델로 쓴 소설이라고 한다.

  스트릭트랜드는 안락한 가정을 꾸리고 살다가 어느날 화가가 되겠답시고 가정을 버리고 떠난다. 안락하고 편안한 삶에서 가난하고 힘든 삶을 택한 것이다. 스트로브는 병에 걸려 죽을 뻔한 스트릭트랜드를 구해주지만 아내 블란치를 그에게 뺏기고 만다. 그러나 블란치와 스트릭트랜드는 오래가지 못했고, 블란치는 음독자살을 하고 만다. 스트릭트랜드는 이런 사실에 꿈쩍도 하지 않는다. 더욱더 가난한 삶을 살게 된 스트릭트랜드는 거리를 떠돌다가 타히티로 건너가게 된다. 타히티에서 아내를 얻어 살면서 작품을 그리던 스트릭트랜드는 문둥병에 걸려 죽게 된다.

  극적인 주인공의 삶 덕분에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나라면 저런 삶을 택할 수 있었을까 의문을 가지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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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냐쏜

히가시노 케이고(2012),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현대문학

 

  연구회 송년회에서 책 교환하는 이벤트를 했는데, 이 책을 선물로 받게 되었다. 송년회가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에서 펴 들었는데, 그 길로 멈출 수가 없어서, 결국 다 읽고 나서야 책을 덮을 수 있었다ㅎㅎ 책을 읽으면서 중간에 울 뻔 하기도 했고 끝나고는 미소가 절로 나왔다.

  최근 계속 베스트셀러인 책이여서 궁금했던 차였는데, 이렇게 읽고 나니 그 이유가 짐작이 갔다. 작가가 추리 소설을 꾸준히 써와서 그런지 이야기가 척척 맞아 떨어져 나갔는데, 이것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단지 감동으로 다가왔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나미야' 아저씨다. 아이들의 말장난에서 시작된 '나야미(悩み)' 상담이지만, 어떤 장난스러운 고민도 무시하는 법이 없다. 진정한 '어른'이란 이런 분이 아닐까. 예를 들어 '공부 안하고 100점 받는 방법은 없나요?'와 같은 어린애 장난도, 진지하고 재치있게 답을 해준다. 보통 이런 질문을 하면 대개 돌아오는 대답은 '노력도 안하고 100점 받으려 하면 안 되지', '공부나 해'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나미야 아저씨는 이 실없는 질문에 이런 답을 내놓는다. "선생님에게 너에 대한 것으로 시험을 보자고 해. 너에 대한 거니까 네가 쓰는 게 다 정답이야." 놀라운 대답이다. 아이의 한 마디를 소중하게 여기면서도, 잔소리나 훈계, 꾸중을 하지 않으면서 기발한 답을 한 것이다. 결국 이 질문을 했던 아이는 이 기억을 오래도록 간직했고, 이때의 경험을 살려 훌륭한 교사가 되었다.

  요즘 사회에서는 '어른'을 만나기가 힘들다. 청년들이 고민 상담을 하면 돌아오는 것은 '아프니까 청춘이지', '노력부터 하고 말해'와 같은 대답이다. 최근 여당 모 대표의 '나쁜 알바도 좋은 경험이다'라는 발언도 이와 다를 것 없다. 나미야 잡화점에 고민 상담을 했던 사람들이 그랬듯, 사실 사람들은 나미야 잡화점에 '답'을 찾기 위해 들른 것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솔직한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고민을 상담을 받는 사람도, 상담하는 사람도 그 과정에서 서로 치유받고 성장한다. 진심으로 서로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 이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아닐까? 어설픈 위로나 훈계는 화만 돋굴 뿐이다.

  지도에서 자신 어디 있는지 모르는 사람도, 어느 길로 가야하는지 헤매는 사람도, 아예 지도가 백지인 사람도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나미야 잡화점 님께, 저도 아저씨와 같은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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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냐쏜

2014. 12. 23. 22:23 글과 말

이차돈 이름 표기

삼국유사 권3 흥법 ‘原宗興法 猒髑滅身’조에 따르면 이차돈의 이름을 ‘異次’ 또는 ‘伊處’라고 적기도 하며 이는 ‘猒’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이 기사에서 흥미를 끄는 점은 ‘今譯上不譯下 故云猒髑’이라는 구절이다. 위는 풀고 아래는 풀지 않았다는 것은, 앞글자는 훈독하고 뒷글자는 음독하였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된다. 차자표기의 부분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차자표기 및 향가 해독 연구에서 주목하여 생각할 만한 부분이다.

(姓朴 字猒髑 或作異次 或云伊處 方音之別也 譯云猒也 髑頓道覩獨等 皆隨書者之 便乃助辝也 今譯上不譯下 故云猒髑 又厭覩等也)

 

꿀잼이다.. 이차돈의 이름에서 앞에 글자는 풀어 읽고 뒤에 글자는 풀지 않는다닛!ㅎㅎ 그런데 저기 '便乃助辝也'에서 '조사'는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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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냐쏜

그곳은 소, 와인, 바다가 모두 빨갛다, 기 도이처 지음 / 윤영삼 옮김

Through the language glass : why the world looks different in other languages


사피어-워프에서 보아스-야콥슨으로


인류학자 프란츠 보아스:

"문법은 문장에서의 단어의 관계를 결정하는 것과 더불어,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바로 어떠한 경험을 표현하든 어떤 정보를 반드시 표시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무적인 표시정보는 언어마다 상당이 다르다"

 에드워드 사피어의 스승인데, <<일반 인류언어학>>에서 위와 같이 썼지만 충분히 주목받지 못했다.


로만 야콥슨:

"언어는 언어가 '전달할 수 있는' 부분에서가 아니라, '전달해야 하는 부분'에서 본질적으로 달라진다."

  보아스의 통찰을 위와 같이 핵심적인 한 마디로 발표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즉,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표현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말해야하는 것을 강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불어에서는 어제 만난 친구가 여자인지 남자인지를 반드시 말해야하고, 한국어는 청자에 따라 대우법을 달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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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냐쏜

2014. 8. 25. 16:20 글과 말

불타 석가모니

와타나베 쇼코(渡邊照宏)(2010), 『불타 석가모니』(법정 譯), 서울: 문학의 숲

  원서의 제목은 「新釈尊伝」으로, 법정 스님의 역서이며 개정판이 되며 '불타 석가모니'라는 제목이 붙었다. 부처의 생애를 서술한 책으로, 방대한 여러 문헌들의 검토를 토대로 세존의 일생을 재구성하고 있다. 옛날 문헌이라는 것이 맹신해서는 안되며 그렇다고 왜곡해서는 안되기에 이를 바탕으로 연구하는 것은 까다로운 작업인데, 저자는 훌륭하게 이를 수행하여 작품을 빚어 놓았다. 게다가 번역하신 법정스님은 자연스럽고 유려한 한국어로 원문을 잘 옮겨놓았으니, 불교 입문서로는 더할 나위 없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책을 읽는데 앞에서 얘기했던 사실을 반복해서 언급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독자들을 배려한 것 같았다. 

  읽으면서 석보상절 권3에서 나왔던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흥미로웠다. 한편으로는 차이가 있었는데, 어떤 사실에 대해 여러 설이 있을 때 석보상절에서는 하나의 설만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예를 들어 석가의 부인이 셋 있었음을 보여주는 여러 문헌들의 기록이 있지만 석보상절에는 야쇼다라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다.

또 흥미로웠던 것은, 경전 작성자가 어떤 공간에 대해 쓰면서 시간 순과 관계없이 그에 대해 연상되는 다른 사실들도 같이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는 경전의 기록을 읽어 내어 재구성할 때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저자가 지속해서 주장하는 바는 불교는 '종교'라는 것이다. 경전에서 나오는 비현실적인 부분들이 비이성적이고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며 잘라낼 것이 아니라, 거기에 '진짜' 불교의 모습이 들어 있으며 종교적인 어떤 것이 암시되어 있는 것이다. 앞으로 경전을 읽을 때 이런 점을 생각하면서 보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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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4. 23. 18:04 글과 말

글귀 메모

Everything is connected.

All actions have consequences.



"인생의 열정을 꽃 피우기 위해 나는 오늘도 울었네."



파스칼 "인간은 남의 머릿속에 있는 이유에 의해서보다 자기 자신이 발견한 이유로 더 잘 납득한다" [팡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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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냐쏜

2013. 10. 20. 23:36 글과 말

성경 구절 하나

Rien de nouveau sous le soleil.

Nothing's new under the sun


The wheel turns, nothing is ever 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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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0. 16. 01:20 글과 말

법륜스님 강의 中

지식 -> 통찰력

지식이 지식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통찰력으로 나아가야 함.


1. 우주 : 우주의 질서, 운행, 원리 (거시 세계)

             물질 세계의 기본 원리 (미시 세계)

2. 생명 세계

3. 인류 문화사 

4. 민족 역사

5. 정신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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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냐쏜

2013. 8. 30. 13:44 글과 말

안나 카레리나

안나 카레리나」를 읽었다. 톨스토이 작품은 어렸을 때 읽은 「전쟁과 평화」이후로 처음이다. 1500페이지가 넘는 적지 않은 분량의 소설이었지만 묘한 매력에 이끌려 계속 읽다보니 시간이 오래 들지는 않았다. 삶과 사회에 대해 어쩌면 이렇게 잘 표현해 놓았을까. 안나가 실존인물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정교한 소설이었다. 사랑, 질투, 수치심, 기쁨, 슬픔 등의 감정 묘사와 인물들의 행동과 말, 인물 간의 논쟁과 대화, 수면 위 동심원처럼 잇달아 일어나는 사건들. 



몰입

3부 4   (38쪽, 민음사)

  그들은 한 줄씩 차례차례 베어 갔다. 그들은 긴 줄과 짧은 줄을 누비고 다녔다. 그 속에는 좋은 풀도 있고 나쁜 풀도 있었다. 레빈은 시간에 대한 감각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지금이 이른 시간인지 늦은 시간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이제 그의 일에서 그에게 커다란 만족을 안겨 주는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한창 일을 하는 동안, 그에게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까맣게 잊게 되고 갑자기 일이 쉬워지는 순간이 찾아들곤 했다. 바로 그 순간에는 그가 벤 줄이 치트가 벤 줄처럼 고르고 훌륭해졌다. 하지만 그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억해 내고 더 잘해 내려고 애쓰는 순간, 그는 노동의 힘겨움을 고스란이 느꼈고 줄도 비뚤비뚤해지고 말았다.


3부 5   (41쪽)

  레빈은 그들 사이에서 풀을 베어 나갔다. 가장 무더운 때였지만, 그에겐 풀베기가 그다지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온몸을 적신 땀이 그를 시원하게 해 주었고, 등과 머리와 팔꿈치까지 걷어 올린 팔에 내리쬐는 태양은 노동에 단단함과 끈기를 북돋아 주었다. 무의식의 순간이 점점 더 빈번하게 찾아들었고, 그럴 때면 자기가 무엇을 하는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낫이 저절로 풀을 벴다. 행복한 순간이었다. 더욱 행복한 순간은 노인이 냇가로 내려가 축축하고 도톰한 풀로 낫을 닦고 날을 맑은 냇물에 씻은 후 숫돌 상자로 물을 떠 레빈에게 대접했을 때였다.



논쟁

4부 13   (339쪽)

  "아뇨, 우리는 그저 당신을 불러내기 위해 온 것뿐이에요. 고마워요." 그녀는 마치 선물이라도 하사하듯 그에게 미소를 보냈다. "이렇게 와 줘서 말이에요. 뭣 때문에 논쟁을 하고 싶어 하죠? 어차피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설득하지 못할 텐데요."

 "네, 맞습니다." 레빈이 말했다. "단지 상대방이 무엇을 입증하려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격한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레빈은 대단히 똑똑한 사람들의 논쟁에서 종종 이런 모습을 보았다. 어마어마한 노력과 어마어마한 양의 정교한 논리와 말을 쏟아부은 후, 결국 논쟁하던 사람들은 서로 오랫동안 기를 쓰고 논쟁한 것이 아주 오래전 논쟁을 시작할 때부터 자기들이 이미 알던 것이며 다만 각자 선호하는 것이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따라서 그들은 자신의 성향을 논박당하지 않기 위해 자신들의 성향을 지칭하기를 꺼리게 되는 것이다. 그는 이따금 논쟁을 하다 상대방의 성향을 파악하게 되면 갑자기 자신도 그 성향을 좋아하게 되어 금방 상대의 의견에 동의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 그렇게 되면 논쟁은 쓸모없는 것인 양 사그라지고 만다. 때로는 그와 반대의 경험을 하기도 했다. 즉 마침내 자신의 성향을 입 밖에 내고 무언가로부터 논거를 생각했는데, 그것이 훌륭하고 진실되게 표현되었다 싶으면 갑자기 상대방이 자기 말에 동의하며 논쟁을 그만두는 것이다. 그는 바로 이런 것들을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이마를 찡그리며 그의 말을 이해하려 애썼다. 하지만 그가 설명을 시작하자, 그녀는 금방 이해했다. 

  "알겠어요. 상대방이 무엇 때문에 논쟁을 하는지, 그 사람이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군요. 그렇게 되면......"

  그녀는 서툴게 표현된 그의 생각을 충분히 간파하여 표현했다. 레빈은 즐겁게 미소를 지었다. 페스초프와 형을 상대로 나눈 복잡하고 장황한 논쟁에서 벗어나 거의 말을 하지 않고도 그토록 복잡한 생각을 이처럼 간결하고 분명하게 전달하는 동안, 그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욕망 

5부 8  (481쪽)

  한편 브론스키는 그가 그토록 오랫동안 바라던 것이 완전히 이루어졌는데도 충분한 행복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곧 자기 욕망의 실현이 자신이 기대하던 행복이라는 산에서 겨우 모래알 하나만을 주었다고 느꼈다. 이 실현은 그에게 행복을 욕망의 실현으로 상상하던 사람들이 저지르는 그런 영원불변의 과오를 보여주었다. 그녀와 결합하고 평복을 입게 된 후 처음 얼마 동안, 그는 이전에 몰랐던 자유의 매력을 대부분 맛보았고 사랑의 자유가 가진 매력도 느꼈다. 그는 만족해했다. 그러나 그것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곧 자신의 마음속에서 욕망을 향한 욕망, 고뇌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순간적인 변덕을 욕망과 목적으로 여기며 그것을 붙잡기 시작했다. 하루의 열여섯 시간을 무언가로 채워야 했다. 



노동과 댓가

6부 11  (84쪽)

"난 솔직히 그 사람이 다른 부유한 상인이나 귀족보다 더 정직하지 못한 인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그 사람들도 똑같이 노동과 지혜로 돈을 벌었어"

 "그래, 하지만 무슨 노동? 과연 이권을 손에 넣어 전매(專賣)하는 것이 노동일까?"

 "물론 노동이지. 그 사람이나 그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없다면 철도도 없을 것라는 의미에서 노동이라 할 수 있어"

"하지만 그것은 농부나 학자의 노동과 달라"

"그렇다고 하지. 하지만 그의 활동이 결과, 즉 철도를 제공한다는 의미에서 그것은 노동이야. 하지만 자네는 철도가 무익하다고 생각하지."

"아니, 그건 다른 문제야. 난 철도가 유익하다는 것을 기꺼이 인정해. 하지만 투입된 노동에 상응하지 않는 획득물은 모두 부정한 거야."

"그럼 도대체 누가 그 상응이라는 것을 정하지?"

"부정한 방법과 간교한 술책으로 얻은 획득물은....." 레빈은 자신이 정직과 부정의 경계를 뚜렷하게 긋지 못함을 느끼며 이렇게 말했다. "은행의 획득물과도 같은 거야." 그는 계속했다. "그건 악이야. 세금 징수가 그랬던 것처럼, 노동하지 않고 막대한 재산을 획득하는 것이 형태만 바뀐 것뿐이라고. Le roi est mort, vive le roil. 세금 징수 제도를 폐지하자마자 철도, 은행이 등장했어. 그것 역시 노동 없는 돈벌이지."

"그래, 어쩌면 그 모든 것이 핵심을 찌르는 날카로운 말인지도 모르지..... 누워 있어 클라크!" 스테판 아르카지치는 몸을 벅벅 긁으며 건초를 모조리 헤집고 있는 개에게 소리쳤다. 그는 분명 자신의 논지의 정당성을 확신하는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침착하고 느긋해 보였다. "하지만 자네는 정직한 노동과 부정한 노동의 경계를 긋지 않았어. 내 서기장이 나보다 업무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데도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많은 봉급을 받고 있다는 것, 그것이 부정하다는 건가?"

"모르겠어."

"그럼, 내가 자네에게 이렇게 말해 볼까. 자네는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로 농사에서 5000루블 남짓을 얻는데 이 집의 주인인 농부는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50루블 이상 얻지 못하는 것은, 내가 서기장보다 봉급을 더 많이 받는 것이나 말투스가 철도 기술자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과 마찬가지야. 오히려 나는 이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태도에서 아무런 근거도 없는 적의를 본다네. 내가 생각하기에는 거기에는 질투가....."

"아니, 그 말은 부당해." 베슬로프스키가 말했다. "질투가 있을 리 없잖아. 이 문제에는 무언가 수상한 점이 있어."

"아니, 잠깐만요." 레빈이 계속해서 말했다. "자네는 내가 5000루블을 얻고 농부가 50루블을 얻는 것이 부당하다고 말했어. 그 말이 옳아. 그건 부당해. 나도 그 점을 느끼고는 있지만....."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는 먹고 마시고 사냥이나 다니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농부는 끝도 없이, 끝도 없이 일을 하니 어찌된 일입니까?"

 (...) 

 "그래, 자네는 그것을 느끼면서도 자네의 영지를 농부에게 주지 않는군." 스테판 아르카지치는 일부러 레빈에게 싸움을 걸듯이 말했다. 

(...)

"아니 잠깐. 만약 자네가 그 불평등이 부당하다고 생각한다면 도대체 왜 그렇게 행동하지 않는 거지?"

"나도 행동하고 있어. 다만 내가 나와 농부 사이에 존재하는 처지의 차이를 더 벌리려 애쓰지 않을 거라는 의미에서 소극적이라 할 수 있지."



소비

7부 2 (264쪽)

  모스크바에 온 처음 얼마 동안, 레빈은 시골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이상하게 느껴지는, 사방에서 그에게 요구하는 비생산적이지만 불가피한 지출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미 그런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다. 이 점에서 그에게 일어난 현상은 흔히 술 취한 사람들에게 일어난다고들 하는 현상이었다. 첫 잔은 막대기처럼 목에 걸리고, 두 번째 잔은 매처럼 날아가고, 세 번째 잔부터는 작은 새들처럼 마구 넘어가는 것이다. 하인과 수위의 제복을 구입하기 위해 처음으로 100루블짜리 지폐를 헐었을 때,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 제복이, 아무에게도 필요 없지만 자기가 제복이 없어도 괜찮을 거라는 말을 넌지시 했을 때 공작부인과 키티가 깜짝 놀란 것으로 보아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이 제복이, 여름철의 일꾼 두 명의 품삯과, 즉 부활절부터 강림절까지 약 300일 동안 매일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중노동을 한 품삯과 맞먹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 100루블짜리 지폐는 그때만 해도 막대기처럼 목구멍을 넘어갔다. 하지만 그 후 친척들에게 만찬을 베풀려고 28루블어치의 식료품을 구입하느라 헌 100루블짜리 지폐는, 비록 레빈에게 28루블이면 9체트베르치의 귀리 값이고 그 귀리를 얻기 위해서는 땀을 뻘뻘 흘리고 신음하면서 베고 묶고 운반하고 탈곡하고 까부르고 체로 쳐서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을 기억나게 했지만, 어쨌든 쉽게 넘어갔다. 그리고 요즘 허는 지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런 생각들을 불러일으키지 않고 작은 새들처럼 날아갔다. 돈을 얻기 위해서 들인 노동이 그 돈으로 구입한 것이 주는 만족과 상응하는가 하는 생각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 일정한 곡물에는 일정한 가격이 있어서 그 밑으로는 팔 수 없다는 경제적 고려도 잊혀 갔다. 



적응

7부 13 (329쪽)

  사람이 익숙해질 수 없는 환경은 없다. 특히 주위 사람들이 모두 똑같이 살아가는 것을 볼 때는 더욱 그렇다. 석 달 전만 해도 레빈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편안히 잠을 잘 수 있다고 믿지 않았을 것이다. 목적도 없고 의미도 없는 생활, 그것도 자신의 수입을 넘어선 생활을 하면서, 술에 취해(그로서는 클럽에서 있었던 일을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다.) 한 때 아내가 사랑한 남자와 꼴사나운 우정을 나누고, 더욱더 꼴사납게도 타락한 여자라는 말 외에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고, 그 여자에게 마음을 뺏겨 아내를 슬프게 한 이런 상황에서 자신이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고는 믿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친 데다 밤에 잠도 못 자고 술까지 마신 탓으로 깊고 편안하게 잤다.


8부 15 536쪽 민중에 대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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